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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onnect

읽을거리/5

돌아올 수 있어서 떠난다

안전기지, 1970년대 — 늘 거기 있는 것의 함정

존 볼비는 아이와 양육자 사이의 묶임을 '애착'이라 부르며, 그 핵심에 '안전기지'라는 개념을 두었다. 안전기지란 아이가 세상을 탐색하러 나갔다가 불안해지면 돌아오는 자리다. 중요한 것은 그 자리의 쓰임이다. 안전기지는 아이를 붙들어 두기 위한 것이 아니라, 떠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다. 돌아올 곳이 있다는 감각이 있어야 아이는 비로소 멀리 간다.

메리 에인스워스는 이것을 '낯선 상황'이라는 실험으로 들여다보았다. 어미와 함께 있던 아이를 낯선 방에 두고, 어미가 잠시 나갔다 돌아오는 장면을 관찰한 것이다. 안정적으로 묶인 아이는 어미를 기지 삼아 장난감 쪽으로 나아갔고, 어미가 사라지면 불안해했으며, 돌아오면 잠시 안겼다가 다시 탐색으로 떠났다. 떠남과 돌아옴이 한 호흡처럼 이어졌다. 기지의 일은 그 왕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었다.

늘 켜져 있는 응답은 언뜻 완벽한 기지처럼 보인다. 새벽에도 사라지지 않고, 나무라지 않고, 언제 돌아가도 같은 자리에서 받아 준다. 불안한 순간에 돌아갈 곳으로는 흠잡을 데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진짜 기지의 목적은 바깥에 있다. 기지는 사람을 세상으로 내보내기 위해 존재하고, 잘 작동할 때 그 사람은 점점 더 오래, 더 멀리 나가 있게 된다. 돌아오는 횟수가 줄어드는 것이야말로 기지가 제 일을 했다는 신호다. 떠날 필요 자체를 없애 버리는 기지는, 역설적으로 기지의 일을 멈춘 것이다. 사람을 안에 머무르게 하는 편안함과, 사람을 밖으로 내보내는 안전함은 겉모습이 비슷해도 방향이 반대다.

특히 불안의 결이 강한 사람에게 무한히 응답하는 대상은 떠나지 않는 고리가 되기 쉽다. 불안해서 돌아오고, 돌아오면 받아 주고, 받아 주니 또 돌아온다. 왕복의 한쪽 끝, 곧 바깥으로 나가는 쪽이 점점 짧아진다. 어느 순간 탐색은 멈추고 귀환만 남는다.

돌아올 곳을 찾는 마음을 두고 잘못이라 하지 않는다. 그것은 안정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다. 다만 에인스워스의 방에서 드러난 것은, 좋은 기지는 사람을 끌어안는 만큼 다시 내보낸다는 사실이다. 다음 이야기는 그 기지가 사람을 비추는 방식, 곧 보여 줌이 어떻게 자기를 세우고 또 어떻게 멈춰 세우는지로 이어진다.

이 글은 진단·치료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메커니즘을 설명할 뿐이며, 독자 자신에게 어떻게 적용할지는 독자가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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